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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관리자 ☆/잡동사니

미소를 머금게 하는 여자의 일상

웃음관리자 2007. 3. 13. 22:37
 


새벽이었다.

일어나보니 남편이 새벽운동을 나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밥솥을 열었다.

누릉지가 살짝 붙어있는 부분을 떼어내고

하얀밥만 있는 부분을 다독이고...잘 떼어내서

랩을 씌우고..전자렌지에 확 돌렸다.

사실..밥은 어제 저녁에 한 밥이다.

 

그리고 나서 와이셔츠를 다리려고 하니

어젯밤 벗어 놓은 것을 보니 쬐금 팔부분만 주름이 져있다.

다렸다...열심히...어제 입은 와이셔츠를 다려놓고..

그걸 빨아서 다려 놓은것처럼

옷걸이에 얌전히 걸어놓았다.

 

그가 앉는다..식탁에..

알까..찬밥과 뜨거운밥의 차이를..

아..그러나 그는 생각보다 휠씬 섬세했다.

 

그는 무슨 감정사도 아니면서 젓가락으로 밥을 뜨기 위해

등을 굽히는 순간..그 순간.

젓가락이 밥속으로 쑤욱 들어가지 않는 것을 감지한 순간...

한마디 했다.

 

'이게 밥인가..

이게 떡인가...'

 

아아..나는 물을 조금 뿌리고 전자렌지에 돌려야 했던 것이다.

 

그가 젓가락으로 밥을 올리자 밥알이 송알 송알 올라온 것이 아니다.

 

밥덩어리가 한꺼번에 올라오면서....밥은 떡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냥 먹었더라면 나는 충분히 그를 사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한마디 더했다.

'이거 진짜 아침에 한거 맞어......'

'맞지...아침에 한거..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렇춍...'

 

그가 치아를 가지런히 드러내며 나에게 웃는다.

해맑지 않은 그가 나에게 준것은 웃음이 아니라 비웃음이다....-.-;;

 

그가 남성다움을 제대로 유지하면서

와이셔츠를 입는다.

내 남자의 와이셔츠...내 남자의 향기는 땀냄새로 얼룩져있다.

어제 유독 날씨가 한여름 날씨처럼 덥지 않았냐 말이다......-.-;;

 

어...이상하다...이거 어제 입은거 아녀?..

그는 참 무심해야 할 때는 무심하지 않고 이런건 꼭 안다.

 

어제 내가 빨아서 저기에 널어 놓았었는데.. 모르나 보네...

그가 또한번 나에게....지나가는 말로 조소한다.

 

내 것이었던 그대가 스쳐간다.

내 것이었던 저 남자에게서 낯선 뜨거움이 전해진다.

 

좀전에 어제의 주름을 펴려고 '모직'부분에 다리미 열을 맞추고

성급하게 얼른 다렸기 때문이다.

 

아직 열이 남아있는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가 횡~나가자

그의 잔해가 곳곳에 남았다.

 

' 괜찮아요.........난.......'  ^^;;;

 

넌 때론 이유없이 날 괴롭게해...늘 확인하려하지만...

스친 그대가 나가고 나자 비로소 그동안 내가 그에게 베푼

만행때문에 웃음보가 터진다.

 

가끔..아주 피곤하던 어느날...낮에 한일도 하나도 없는대도

무지하게 피곤했다.

사실 제대로 놀면 너무 피곤한 법 아닌가.

 

아침이 되어 양말이 없다...없다....없다고 좌절하면 안된다....

좌절 금지....-.-;;

 

얼른 세탁기옆 바구니를 뒤져서...뒤져서 양말을 찾아내는 기지를 발휘하자..

서둘다가는 약간 미묘한 차이를 가진 양말색을 찾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을 조심해서 찾아와서 다려준다.

 

어제 신은 양말은 발바닥 부분이 빳빳하다...ㅎㅎ

그대신 발목부분이 늘어져있다..

늘어진 발목부분을 긴급 수정하자...수정은 좋은 것이다..

 

남자는 밥하다 말고 엎드려서 정성들여 자신의 하잖은 양말까지도

열심히 .. 열심히 다려주는 마누라에게 새삼 감사한다.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남자는 암것도 모른다.....^^

 

어느날은 전화가 왔다....새삼...왠 전화지...

다짜고짜 그대가 말한다.

나..슬러퍼 신었는데 양말 빵구 났다고 뒤에 오는 사람이 그러대...

당췌 살림을 어떻게 하는거여...오늘중으로 양말 사다놔...

 

내가 그랬다..

화를 내면서 전화를 끊으려는 그를 붙들며 말했다.

 

' 빵구난 부분에 매직펜을 칠해 봐유.......감쪽같지....

빵구난 부분만.. 칠하면 양말 올리면 보이니까...조금 동그란

부분을 넓게 잡아서... 알았쮸........'

 

그가 소리없이...

그가 소리없이...

무슨 소리가 난것도 같다..당황하는 그..좌절하는 그..그를

일으켜 세워야한다. 전화가 끊긴다......그러나 밧뜨......-.-...

 

그날밤 그에게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그 일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그날밤 친구아버님의 부음을 들었고

거기가서 문상을 하다가....사람들을 죄 웃기고 말았다.

 

뒤에서 울고 있던 사람들이 그의 매직칠한 발을 보았고...

 

그는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가 자랑스럽다.........

 

나는 그에게 참 친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