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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삶이 깃든 장독대의 비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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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삶이 깃든 장독대의 비밀

웃음관리자 2007. 4. 8. 22:17
어머니의 삶이 깃든 장독대의 비밀

어머니 마음이 깃든 탓일까?
버선발로 꼭꼭 밟아 만든 메주는
장항아리에서 자연을 벗 삼아
세월을 낚으며 깊은 장맛으로 익어간다.

어머니는 맑은 날이면 어김없이
장독 뚜껑을 열어 햇볕과 바람을 쐬고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빨래 걷기에 앞서
장독 뚜껑부터 먼저 챙긴다.

왜 허구헌날 장독뚜껑을 열었다 닫는지
반질반질 윤이 나는 항아리를
왜 자꾸만 닦아대는
가끔 아이는 궁금증이 일었다

어머니의 삶이 깃든 장독대는
아이에겐 그저 무료함을 달래주는
소꿉놀이터일 뿐인데
어느 날 아이 눈에 비친 장항아리는
호기심을 불러왔다 장독대 언저리에서
소꿉놀이를 하던 아이는
어머니 치맛자락을 잡고 궁금증을 캐물었다

왜 메주를 넣은 장항아리에
고추와 숯이 떠있는 거야”
잡스런 맛을 없애기 위해 빨간 고추와
불에 달군 숯을 간장 위에 띄우는 거란다
그래야 장맛이 좋거든.


그래도 어머니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머니는 창호지로 버선 모양을 오려
거꾸로 붙이거나 짚으로 새끼를 꼬아 청솔가지
붉은 고추, 숯 등을 매단
금줄을 치고 나서야 안심하는 눈치다.

이제 아이는 결혼을 해
어머니 마음을 어렴풋이 헤아리는 나이가 됐다
여행길에 들른 시골집 장독대를 구경하다가
불현듯 어머니가 떠올랐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 다음
장독 뚜껑 위에 정화수 한 사발 올려놓고
천지신명에게 정성을 다해 비는
어머니 모습이 아련하다

그 시절 어머니의 장독대는 된장이나 고추장 등
음식물을 저장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치성을 드리는 제단이었던 셈이다
춘향전에서 월매가 사위 이도령이 과거에
급제하기를 손 모아 빌었던 곳도
바로 그 장독대였다.





음력설이 지나고 손없는 날등
날을 골라서 장담는 일이 집집마다 이어집니다
일년치의 가장 큰 먹거리인 장은
어느집이든 빼놓을수없는 기본적인 밑반찬입니다

땅속에 묻어둔 김장독을
끄집어내서 닦고 씻은다음 불을지펴
독안을 살균 했습니다
씻어둔 메두덩이 담아놓고 깨끗한 소금물을
가득 부어두고 숯, 참깨 건고추 대추등..
몇가지가 동동떠있던 모습이 그려집니다

새끼줄에 솔가지를 걸어 장독
둘레에 걸러둔 모습도 어렴풋합니다
장 담글때의 어머님의 정성은
처절했다고 해야 옳겠지요
볕좋은 곳에 장독을 올려두고 장이 익을때까지
조바심은 또 얼마였던지요

행여 비맞을까 자신의 몸보다 더소중히 다루셨던
기억을합니다
하루라도 장 없이는 못사는 시절이였지요
큰독 가득 장을 담고 간장은 따로 빼서 살균해두면
어머님의 일년행사 한가지는 끝낸 셈입니다

그시절의 장맛을 못잊어 해마다
메주쑤어 장을 담그지만
어머님의 정성에 비할것이 못됩니다

여자는 장독대를 까끔하게하는 것이
기본이라시며 유별스럽게 장독에대한
애착을 가르쳐 주시던 시어머님의 가르침이
못마땅하던 갓새댁 시절이 죄송하네요

일년간 시댁살이가 기본인 집안에 시집가서
갖은 전통음식 전수받은 덕에
재래식 음식 만드는 일은 어느정도 자신이 있지만
그시절 어머님의 정성만큼은 한참을 모자라네요

첨단 기술로 재래식장을 만들고
시장에 나가면 얼마든 살수있는 시절이지만
어머니의 투박한 장맛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겨우내 담벼락에 걸쳐두었던 무우 배추시래기
삶아 어머니표 된장 풀어넣어 끓이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먹거리였지요

장을 담고 돌아서 보니 그때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