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등대
난 착하지 않은 우렁각시다 . 넌? -펌글 본문
난 착하지 않은 우렁각시다. [넌]
우렁각시가 하는 일
혼자서 밤에 다 자는 밤에
부엌쪽 아일랜드 식탁위에
팔을 걸치고 마시는 커피도 정말 좋다.
가끔은 지옥처럼 검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언제나 나는 믹서커피를 마신다.
조용히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가끔 오토바이의 굉음이 크게 들렸다가
사라지기도 할때
이 봄밤의 달콤한 공기가 좋다.
풋봄이 지나고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그런 봄밤이면 왠지 아련한 가슴이 된다.
글자 앞에 '풋'자가 붙으면
왜이리 아련해지는 걸까.
일제히 연두로 피어나는 나무들의
살랑거림은 이 밤에도 계속될 것이다.
나는 이 즈음의 이 연두색을
미칠듯이 좋아한다.
만지면 부드러워서 너무 부드러워서
바람의 애무를 받은 나뭇잎이 반짝거릴때
미치도록 가슴이 뛴다.
밤에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다가
잠시 벤치에 앉으면 그 밤이 주는
달콤하고 연한 냄새때문에
나는 재채기를 할것만 같다.
연애를 시작하는 가슴처럼
연두 나무잎의
그림자를 보게 되는 일에
나는 진지하게 행복해진다.
순간의 행복이다.
가끔은 은근슬쩍 몽유병 환자처럼 집안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다 재워놓고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이다.
밀린 빨래도 하고 밀린 다림질도 한다.
낮에 이쪽에 달았던 리스가 마음에 들지않아서
밤에 들고 다니면서 혼자서 여기에도 걸어보고 저기에도 걸어보는
그런짓도 서슴없이 행한다.
선반에 살짝 걸쳐놓은 법랑국자가 바람에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두 남자가 이불은 안 차고 잘 자는지 그걸 보는게 아니라
그래서 잘 이불을 잘 다독여서 덮어주거나 뭐 그런 착한일을 하는게 아니라
나는 두 남자가 자는 그 밤에 다른일을 하는 것이다.
우렁각시가 되어서
여기에 있던걸 저기에 붙이고
저쪽에 있던 액자를 이쪽에 걸어보는 일 따위를 하는..
착하지 않은 우렁각시..
밤새 다른짓을 하느라고 아침엔 너무 너무 피곤해서
우렁각시는 절대 밥을 주지 못한다.
남자는 아침마다 볼것이다.
밤새 몽유병처럼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겁나게 피곤해서 지쳐 잠든 마누라의 복어알 다리를..
거기, 복어알 통통한 다리에 스티커 한장 붙여놓고 자야겠다.
' 미안하다..피곤하다..밥 없다 '
김장훈 - I Love You
우연찮게 액자속 티팟과 비슷한 모양의
티팟이 집에 있는걸 알았다
가져다 놓아보니 비슷하다.
아래로 쭉쭉 내려진 줄무늬도 비슷하고
뚜껑도 비슷해서 재밌다.
이 티팟은 그냥 싸게 구입한 주전자였다.
그런데 의외로 참 좋았다.
명품그릇이 아닌데도
제일 먼저 눈길이 가고 제일 먼저
내 손에 닿았다.
아무색이 없어서
아무 배경에나 어울려서 그런걸까.
어떤 벽이나 어떤 소품과도
적절히 잘 어울려서 내가 좋아하는걸까.
드러내기 보다는
그냥 있는듯 없는듯이
묻혀 있는 자연스러운 이 주전자가 좋다.
처음 이 주전자를 만나던 날을
정확히 생각하고 기억나는걸 보면
나도 참 똑똑하다.
다른건 다 잊으면서 말이다.
시아버지 생신이나 제사일이나 뭐 그런건
다 잊으면서
아침에 남편 밥주는 것은 곧잘 잊으면서
이 주전자 만난날은 기억하는 이상한
머리를 가진 나는
참 엉뚱해서 마음에 든다.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을 하다가
마셨던 그 노란 양은 주전자의
지나간 기억이 함께
묻어져서일까.
이불커버를 선물로 받았다.
그녀는 며칠을 이 커버를 만드느라고
허리를 굽혔을 것이다.
재봉틀을 돌리고
조금 틀린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하느라고 다시 풀었다가 박았다가를
반복했을 것이다.
겉감은 아주 연한색의 스트라이프이고
안감은 연한 연두색 무지다.
이불솜을 넣고 침대에 놓자
마치 '초여름 나무잎'이
그대로 내 방에 들어 온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입안에 페퍼민트향을 머금은 것처럼
상큼하다.
스트라이프가 좋은 이유는
왠지 시원해보이고
그리고 세련되어 보여서다.
그녀의 노고로 이렇게
멋진 초여름으로 초대된 나는
참 좋다.
아무렇게나 던져놓아도 좋은
베게와 이불커버
밤에 저기로 들어갈때
그래서 내 턱밑까지 이불을 끄집어 당겨서
잠을 청할때
나는 혹시 연두빛 꿈을 꾸게 될지도 몰라서
괜히 설레인다.
기분 좋은 설렘
계단을 밟고 올라가서
베게를 베고 누우면
몇초도 지나지 않아서 잠이 온다.
뭔 생각을 좀 하고 싶은데
벌써 아침이다.
그만큼 숙면을 취한다는 생각에 좋기는 한데
당체 내겐 잠자리에 누워서의
사색이 없기 때문에
내가 마땅치 않다.
누가 그랬다.
내가 그렇다고 했더니
'얼마나 좋은건데..그게 너무 좋은거'라고
말해준다.
예전엔 가위에도 잘 눌리고
잠도 잘 이루지 못해서
뒤척 뒤척거리곤 했는데
요즘은 낮에 하도 돌아다녀서 그런지
몸이 먼저 알고 잠을 청한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잠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밤이 아깝다.
그래서 늦게까지 일부러 자지 않는다.
안그러면 너무 쉽게 밤이 지나가버리기
때문이다.
베게를 가슴에 깔고
책을 보려고 한장쯤 넘기면
졸려서 비비고 비비고
눈을 또 비빈다.
바람을 좋아하는데
특히 유리창을 두드리는 그런
세찬 바람을 좋아한다.
그런밤이면 더욱 좋다.
혼자서 밤에 다 자는 밤에
부엌쪽 아일랜드 식탁위에
팔을 걸치고 마시는 커피도 정말 좋다.
가끔은 지옥처럼 검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언제나 나는 믹서커피를 마신다.
조용히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가끔 오토바이의 굉음이 크게 들렸다가
사라지기도 할때
이 봄밤의 달콤한 공기가 좋다.
풋봄이 지나고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그런 봄밤이면 왠지 아련한 가슴이 된다.
글자 앞에 '풋'자가 붙으면
왜이리 아련해지는 걸까.
일제히 연두로 피어나는 나무들의
살랑거림은 이 밤에도 계속될 것이다.
나는 이 즈음의 이 연두색을
미칠듯이 좋아한다.
만지면 부드러워서 너무 부드러워서
바람의 애무를 받은 나뭇잎이 반짝거릴때
미치도록 가슴이 뛴다.
밤에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다가
잠시 벤치에 앉으면 그 밤이 주는
달콤하고 연한 냄새때문에
나는 재채기를 할것만 같다.
연애를 시작하는 가슴처럼
연두 나무잎의
그림자를 보게 되는 일에
나는 진지하게 행복해진다.
순간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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